자유게시판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오직 노동자만 보고갑니다.

‘야간 근무 날, 독신료에서의 하루’(57살의 내가, 26살의 나를 만나다)

  • 큰메  (kimmiri0214)
  • 2019-07-17 19:55:31
  • hit125
  • vote2

1988년 2월 12일 금요일(25살 6개월)

 

 

K!

야간 근무를 마치고 피곤에 주체할 수 없는 몸을 침대에 싣고 잠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어벙한 눈을 뜬 것은 낮 12시였다. 미리 사다 놓은 500원 짜리 도시락을 폈다. 밥이 한 젓가락, 두 젓가락 입에 들어갈 때마다 잘잘한 돌멩이가 입 안에서 굴러다니는 것 같다. 아무 맛이 없다. 다만 기계적인 손짓일 뿐이다. 교대 근무로 인하여 건강을 해치기 싫다는 일념 하나로 억지로 입 안에 밥을 밀어 넣는다.

멍한 정신, 제멋대로 활개치고 군데군데 뭉쳐진 머리카락, 저절로 감겨오는 눈, 부석부석한 돌가루가 떨어질 것 같은 석고상처럼 굳은 안면…

K!

이 얼마나 우스운 형상이냐! 이 꼴은 코미디언이 분장한 것이 아니다. 조그만 삶의 투쟁이다. 이 투쟁에서 진다면 나는 내 자신에게 마저 버림받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인간은 나 밖에 없기에 나는 몸부림친다.

오후 1시가 되었을 때, 마지못해 침대에 몸을 던진다. 그러나 피곤에 젖을 대로 젖은 몸과는 달리 눈은 감겨오지 않는다. 멍한 압력을 가하는 손길에 몸부림치며 뒤척이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혼수상태가 되었다.

오후 5시! 엉망인 몰골을 하고 일어났다. 잠을 잤지만 자지 않은 것 같다. 샤워 그리고 빨래! 작업복에서는 폐수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의 배설물.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간 대낮의 시간들…

오늘은 야간 근무가 자신 없다. 몸이 개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야간 근무 날, 독신료에서의 하루’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