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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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자!

  • 큰메  (kimmiri0214)
  • 2019-12-25 09: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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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자!

 

(포항) 생산기술부 대의원 김형중입니다.

군대생활에서 가장 생각나는 것은 약 20kg의 완전 군장 차림으로 8km의 거리를 1시간 이내에 들어와야 하는 첫 구보대회입니다. 이 대회의 목적은 전쟁이 일어나면 빠른 시간 안에 전쟁터에 투입하기 위한 훈련입니다. 당시는 쿠테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대통령 시절이었기에 군대는 전쟁대비훈련으로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진 부대원들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연병장에 모여들었고 그중에는 이병 계급장을 단 저는 있었습니다. 고참병들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지만 저는 긴장과 두려움에 가슴조이고 있었습니다.

저울에 군장의 무게를 재고 있을 때 중대장은 엊그제 자대에 배치 받은 이병에게 완주할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전날 선임병에게 낙오하면 죽는다는 협박을 들은 상태였고, 이제 군대생활을 막 시작해서 군기가 바짝 든 신병에게는 “네! 자신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멸공이라는 힘찬 구호소리와 함께 내무반장이 불러주는 하나, 둘 박자소리에 맞춰 구보가 시작되었습니다. 군화소리가 아스파트 위에서 하나의 화음을 내며 울려 퍼졌고 부대원들은 앞으로, 앞으로 나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점점 가빠졌습니다. 철모 밑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군장은 쇠뭉치를 넣은 것 같이 무거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어깨에 멘 M-16 소충은 거추장스러웠습니다. 선임병이 신신당부한 대로 군화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중간지점을 지나고 있을 때, 앞서 출발한 중대에서 낙오병 몇 명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의 어깨에는 군장이 없었고, 심지어 소총과 철모도 없이 반쯤 얼이 나간 상태로 완전군장 한 고참병과 함께 뛰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스쳐지나가는 순간부터 머리를 짓누르는 철모와 어깨에 멘 군장은 천근만근 무거웠고 3.6kg의 M-16소총은 36kg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미 턱 끝까지 차오른 숨소리는 더 가빠졌으며 그에 비례하여 정신은 더욱 몽롱해졌습니다. 어깨를 파고드는 군장은 물론이고 거추장스러운 소총과 철모를 집어던지고 싶었습니다. 이윽고 눈앞이 점점 깜깜해지며 아스팔트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철모에 무언가 둔탁한 물건들이 우수수 부딪쳤습니다.

“야 임마! 정신 차려!”

내 좌우에서 뛰고 있던 고참병들이 한계점에 다다른 이병에게 정신 차리라고 철모를 때린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눈앞에 환해졌고 군가소리와 구호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로지 앞 병사의 군장이 보면서 마지막 안간힘을 쥐어짰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1시간, 가장 멀게 느껴졌던 8km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숨이 잦아들었을 때 낙오병들의 군장과 소총 그리고 철모의 행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군장은 누군가의 군장위에, 소총은 누군가의 어깨위에, 철모는 누군가의 손위에 들려져 목표지점에 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독일에 연전연패하고 있을 때, 영국의 총리 처칠은 옥스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이런 축사를 했다고 합니다.

“Never ever give up!”(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한참 후에 이렇게 말하고, 연단에서 내려왔다고 합니다.

“Never! Never ever give up!”(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제가 완전 군장 구보에서 마음속으로 외친 것은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였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에 포기하지 않는 삶만큼 재산이 쌓인다는 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의 뜻을 아시나요? 그것은 ‘즐거운 구세주의 모임이 되라’입니다.

 

[포스코지회 조합원 캠페인]

“질긴 자가 승리한다!”

http://www.pksteel.kr/bbs/boar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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