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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57살의 내가, 26살의 나를 만나다)

  • 큰메  (kimmiri0214)
  • 2019-06-25 06: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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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2월 2일 화요일(25살 5개월)

 

 

K!

나는 어쩌면 독신자가 될지 모른다는 별의별 생각을 했다.

왜 그럴까?

나는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리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한다면 월급에 길들여진 아내는 월급쟁이 외에는 굶는다는 의식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머물기를 강요할지 모른다. 이곳을 내가 떠나게 되면 당장의 생계가 부담이 되어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하겠지.

그렇다면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지?

지금은 때가 되지 않았다. 아직 익지 않는 열매를 시장에 내놓는 농부가 있겠는가?

그래 준비하는 기간이다. 지금은 차츰 숙성해지는 기간이기에 떠날 수 없다.

그럼 과연 때가 되면 내 뜻을 따라줄 여자가 있을까? 그 길은 배고픔이 있는데… 밥을 굶는데 익숙하지 않은 위장이 그 뜻을 따라줄까?

가족이 굶어 죽는 그 순간까지도 나를 이해할 여자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그런 여자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 순응해야 하나?

K!

모든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그것 보다 나은 생활을 원한다. 그러나 내가 사는 것은 다른 사람과 같을지 모르지만, 내가 가는 길은 남들과 같지 않을 것이다.

카프카에게 명복을 빌자!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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