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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C와 2근 근무(57살의 내가, 26살의 나를 만나다)

  • 큰메  (kimmiri0214)
  • 2019-08-07 0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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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2월 16일 화요일(25살 6개월)

 

 

K!

지금 시각은 오후 9시 30분이다.

주위는 연한 검정 칠로 도색되어 있다.

내 눈앞에는 고로 하부에 차입된 TLC(혼선차) 안으로 시뻘겋지도 않고, 노랗지도 않은, 어떻게 보면 흰색 같기도 한 쇳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1,500도 라고 한다.

TLC는 쇳물의 거친 힘을 삼키며 받아들이고 있다. TLC 입구에서는 뻐얼건 가스를 숨이 가픈 듯이 토해내고 있다.

내가 앉아 있는 기관차 안에는 단조롭지만 기관차 특유의 기분 좋은 소음이 가드랑 거리며 가득 차 있다.

나는 무감각한 눈을 하고 전방을 주시한다. 조금만 있으면 저 진입표시등이 적색에서 청색으로 바뀔 것이다. 그럼 나는 기관차에서 내려가 일을 해야 한다. 기관차와 TLC를 연결하고, 차륜막이를 제거해야 한다. 이 일을 할 때, 운전직과 나(조차직)는 약속된 고유의 신호를 전호등을 통해서 한다.

이 일을 끝내고, 또 한 번 일을 끝내면 오늘 하루 근무도 끝나겠지. 혹시 모른다. 작업지시를 하는 사령(배차직)이 무전기에 대고 막판까지 일을 더 시키려고 떠들지도…

 

‘TLC와 2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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